가게 하는 사랑

김형균 전도사.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 김현태 시인의 시 첫사랑 -

저는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매우 부족합니다. 어느 멋진 남자들처럼 철저한 준비를 하며 큰 이벤트로 사랑 고백을 해 본적도 없고, 5년의 교제시간 속에 기억에 남길 만한 기념일을 보낸적이 그렇게 많지 않으며, 그렇다고 멋진 프로포즈를 하며 결혼하자 고백도 하지 못했습니다. 평상시에도 사랑한다는 말도 잘 하지 못합니다.

어느 날인가 기억은 자세히 나지 않지만 교회에서 집으로 향하던 그 짧은 길을 집사람과 함께 걸어간 날이 있었습니다. 짧은 거리지만 혼자 퇴근하는 길에는 잘 보이지도 않던 커플들이 꼭 집사람과 함께 집으로 가던 그 시간에 세 커플이나 보게 되었습니다. 한 커플은 손을 잡고 가고, 한 커플은 팔짱을 끼고 가고, 한 커플은 제가 보기엔 ‘여자의 오른쪽 어깨가 부서지지 않았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남자가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걸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 보면서 빨리 걸어가지도 못했습니다. 뒤에서 그 커플들을 보는데 이상합니다. 남자가 그렇게나 애교가 많습니다. 잘 챙기는 정도가 아니라 과잉보호 수준입니다. 남자가 막 사랑한다고 난리(?)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 커플들이 아름다워 보이고, 예뻐보여야 하는데 그만 저도 모르게 “으, 남자가..” 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집사람이 제 손을 먼저 잡으며 “왜, 예쁘기만 하구만!” 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참 집사람도 당차지요. 그 상황에서 먼저 그렇게 행동하기가 그랬을텐데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차!’ 싶었습니다. 사랑표현을 말로도, 행동으로도 잘 하지 못하는 미안함이 앞서면서 몇일 가지 못할 “나도 사랑표현을 해보겠다!” 라는 다짐을 또 합니다. 그 몇일 가지 못할 다짐이라도 듣고는 웃어주는 집사람이 참 좋았습니다.

제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비탈길에서도 눈을 감고도 찾아 갈 수 있는 사랑이고, 두 발이 없고, 길이 없다 해도, 어떻게든 찾아가게 하는 사랑인데, 참 그 표현이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이요. 그 사랑은 어떤 사랑인가요?

예수님의 사랑, 우리로 일어나게 하는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사랑, 우리로 걸어가게 하는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사랑, 우리로 달려가게 하는 사랑입니다.

결국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은 우리로 그에게까지 가게 하는 사랑입니다.

우리로 구원에까지 가게 하는 사랑을 베푸시는 예수 그리스도, 그 사랑을 경험하는 사순절이 되기를, 그 사랑을 가지고 살아가는 복이 되고, 빛이 되는 한길의 삶이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