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김형균 목사.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 드라마 ‘눈이 부시게’ 배우 김혜자 엔딩 나레이션 -
눈이 부시게 라는 드라마의 엔딩 나레이션이자, 2019 백상예술대상 TV부분 대상을 수상하게 된 김혜자 배우님의 수상 소감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는 쉴 틈 없는 삶을 살아가며, 어디 한 곳 마음을 둘 곳 없는, 위로 받을 곳 없는 우리의 삶을 위로해주는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저는 ‘위로’ 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고, 많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수상 소감을 듣는데, 여러 이야기들보다 “우리는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라는 말에 참 공감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살아온 시간에서 묻어나오는 삶의 호흡이랄까요? 수상 소감으로 읽은 것이 결코 대본이 아닌 정말 그런 삶을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듯하여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지금의 젊음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같은 젊음의 시기가 있었던 우리 한길의 어버이들이요. 저는 학교에서 책으로만 배웠던 그 모든 격동의 시기를 직접 체험하고 지내야 했던 우리의 어버이들이요. 했던 이야기 또 하고, 또 하고, 또 해도 늘 새롭게 들리는 우리 어버이들의 지나온 시간들이요.
우리교회 권사님 한 분도 늘 하시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속상해, 속상해”. “근데 감사해, 감사해.” 당신의 옛 추억을 이야기 하시며 속상한 때 이야기를 들으면 함께 속상해집니다. 반대로 감사할 때 이야기를 들으면 또 함께 감사해집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꼭 이 말이 맞습니다.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어버이들의 모든 삶의 시간과 그 호흡은 “눈 부셨던 삶과 호흡” 이었다는 말이요, 동시에 지금도 “눈 부신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요.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위로가 필요하지만, 지금의 시대까지 살아온 우리의 어버이에게도 ‘위로가 필요한 시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었는데, 즐기며, 사랑하며, 행복해 하며, 감사하며, 웃으며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엄마와 아빠로, 누군가의 누이와 오라비로, 누군가의 딸이며 아들로 지내며 그저 살아내기 바빴던 우리 어버이들의 삶, 인생의 시간 속에서 한 가슴에 난 상처와,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고 달래주어 위로하며 달려온 그 시간들, 결코 헛되어 산 것이 아닌 그 인생의 시간들이 그 무엇보다도 밝고 빛나는 “눈 부신 인생”이 되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