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꿈을 꾼 듯 한 하루였습니다.

김형균 목사

  만나면 오디오가 빌 틈이 없는 아내의 친구 부부가 있습니다. 몇일 전 축하 할 일이 있어 만나게 되었습니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남자 둘이 더 시끄러웠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시끌시끌, 커피를 마시면서도 시끌시끌.. 아내끼리 친구여서 알게 되었고 친해지게 되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듯한 편한 느낌을 주는 이 부부를 저는 참 좋아합니다. 교회에서 각자의 전공으로 호른과 지휘로 봉사하고 있는 부부입니다. 말 못하는 고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부부이기도 합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이 날도 점심 때 만나 늦은 저녁시간까지 수다, 수다, 또 수다를 떨다가 헤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커피에 진심인 아내의 친구 남편이 에스프레소 머신을 아내 몰래 사는 사고를 쳤습니다. 저 또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뜨끔하여 남편으로서 아내에게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기 위함이라고 변호를 했지만, 속으론 차라리 빨리 용서를 구하는게 좋을텐데...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렇게 또 조용했던 카톡방에서 커피머신 하나로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들이 섬기고 있는 교회에서 매주 요일을 정하여 “ 커피 마시고 가게 ” 라는 행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커피를 잘 내리지 못해서 이건 영 자신이 없고 ‘ 아, 작게나마 반찬을 만들어 나눔을 해볼까? ’ 하는 아이디어가 스치게 되었습니다. 우리 한길 온가족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아직 손도 느리고, 실력도 부족해서 제가 담당하고 있는 청년부 안에서 먼저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포스터도 만들었습니다. “ 거기 청년, 반찬 하나 가져가게 ” 라는 타이틀도 정했지요.

  첫 메뉴는 계란장이었습니다. 신청을 너무 적게 하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과 너무 많으면 어떻하지? 하는 두 마음이 공존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생각보다 많은 청년들이 신청했습니다.

  배달 준비도 해야했지요. 생각보다 크게 벌어진 일에 당황하며 준비하는데, 휴.. 계란껍질을 까는것부터 힘들었습니다. 손에서 계란 냄새와 간장 냄새가 떠나지를 않더군요. 다행히 재혁이와 예인이와 혜원이가 도와줘서 빨리 끝났습니다. 솔직히 맛은 보장 못합니다. 이 이벤트를 통해서 청년부만이 가지고 있는 활기찬 모습, 이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작은 반찬, 계란 몇 알이 전부인데 난동 피우듯(?) 설치는 담당교역자를 자제시키며 시끄러움에 함께 참여해준 우리 청년들 덕분에 잠잠하던 카톡방이 하루가 다 저물어가도록 왁자지껄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는 힘들겠지?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재미있더군요. 정말 오랜만에 교회 점심을 준비하는 듯한 묘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한 명씩 만나러 가니, 힘이 더 나더군요. 당직이라 못 오는 청년에게도 집 앞 배달을 완료했고, 밖에 외출 중인 청년의 집 문고리에도 걸어두고 왔지요. 또 함께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어색..+어색하지만 용기를 내어준 청년들에게도 배달을 했습니다.

마음속으로만 가지고 있던 반가움과 환영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진 청년들과 함께하며, 저 또한 오늘 하루 성장합니다.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좋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하루를 돌아보며 반갑게 반겨준 청년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보니, 오늘 하루 참 좋은 꿈을 꾼듯한 기분이 들었었습니다.

      사랑하는 한길 믿음의 식구 여러분,

      이제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이번 연휴 기간 동안 사랑하는 이들에게

      좋은 꿈을 꾼듯한 하루를 선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래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